눈부신 찰나
박승비
SeungBee Park
2024. 11. 5 - 11. 16
눈에 보이는 바 그대로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 아니 머금은 것이라 해도 좋을 만큼 그 사이의 어떤 움직임이 구체적인 감각들을 작동시킨다. 작가 작업을 대하며 든 첫 느낌은 이처럼 눈길을 사로잡는 갖가지 물성들, 그 선연한 자태와 질감, 빛깔들로 인한 화려함 같은 것들이다. 이는 우선적으로 황토 칠을 하거나 삼베를 씌워 특유의 결을 살린 바탕은 물론 옻칠이나 자개와 같은 다양한 기법과 재료들이 더해져 만들어진 화면 자체의 복합적인 물성들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작가의 작업들은 갖가지 물성들이 겹쳐지고 융합되면서 형성된 켜들, 질감들이 독특한 울림을 자아낸다. 감각적인 강도를 더하게 만드는 고유의 뚜렷하고 생생한 색감들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재료적인, 물성들로 인한 것만은 아닌 듯싶은데 작가의 다채로운 행위들, 이를 테면 칠하고 긁고 색을 올리고 다시 갈아내는 숱한 과정들이 반복되어 엮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따금씩 화면 속에 숨어있는 듯 상서로운 갑골문이나 금문의 흔적들이 확인되기도 하는데, 단순히 가시적인 면모들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종종 화면 곳곳을 촉각적인 시선들로 더듬도록 하는 질감, 자취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생생하게 다가온다.
작가, 작업의 또 다른 매력이라 할 만한 이러한 그리기, 행위도 분명 남다른 면모들이긴 하지만 의미심장한 점은 이를 통해 작가가 어떤 구체적인 형상을 구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이번 전시에서의 작가의 작업들 속에는 둥근 도자기나 다완, 혹은 달, 꽃 모양과 같은 어떤 형태들이 자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들 단순하고 담백한 형태들은 세상 속 사물들의 정해진 어떤 형상들이라기보다는 유동적인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정형, 비정형의 모습들로 거듭날 수 있는 것들, 곧 생명에 다름 아닐 삼라만상 각양각색으로 변모하고 순환하는 자연의 순리, 이치 자체를 뜻하지 않나 싶다. 작가 역시도 이를 가득 찬 항아리를 의미하는 ‘만병(滿甁)’이라 하여 생명의 에너지를 품은 것들이며 어떤 구체적인 형상 자체에 구애받지 않은 것임을 분명히 한다. 이는 동양적인, 특히 불교적인 것에 각별한 조예가 있는 작가의 사유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은데 금강경에 나오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정해진 법, 실체가 없기에(무유정법無有定法) 상 또한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며 그렇게 상이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하므로(범소유상 개시허망凡所有相 皆是虛妄) 형상 자체가 아니라 그 뜻과 이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성찰과도 연동된다. 특정하게 고정된 형상, 이미지에 집착하지 않으려는 작가적 의지로도 읽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생명, 혹은 우리 존재의 궤적, 흔적들이기도 할 어떤 형태들이 남겨지기도 하지만 이는 견고하고 고정된 사물의 모양을 뜻하는 ‘형(形)’ 보다는 유동적인 생명의 흐름이기도 한 ‘태(態)’ 개념에 더 방점을 둔 것이라 할 수 있고 이런 이유로 작가는 부단히 (사물의) 형상마저 지워나가는 행위들을 반복하면서 단순해진 화면들을 만들어오지 않았나 싶다. 그런 면에서 작가의 작업은 구상적인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단순한 형태들로 자리하는 추상의 그것들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 것 같다. 가시적인 세상의 것들, 형상들만이 아니라 그 보이지 않는 가변적인 것들마저 아우를 수 있는 세상의 본원적인 모습들을 단순하고 축약된 형태들로 가시화시키려 한 것이다.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을 응축하려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화면 가득 갖가지 이질적인 물성들이 엮어내는 감각적인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단아한 자태들로, 담백함의 느낌마저 전해졌던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면 서로 상극이고 모순적이라 할 만한 것들이 묘하게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찬란하면서도 담담한, 마음의 형태들
-민병직(독립기획, 미학)
박승비 SeungBee Park
2009,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졸업(석사)
개인전 및 아트 페어
2024.11 눈부신 찰나 전 (스페이스 결, 서울)
2024.02 월드아트엑스포 (코엑스, 서울)
2023.12 서울아트쇼 (코엑스, 서울)
2023.06 따로 또 같이_박승비 초대전 (한벽원 미술관, 서울)
2023.04 화랑미술제 (코엑스, 서울)
2023.04 호연지기전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서울)
2022.10 Art International Zurich (Zurich Convention Center, Switzerland)
2022.05 조형 아트 서울 (코엑스, 서울)
2021.09 ‘숨; 비로소 숨 쉬다’ 전 (갤러리H 전관, 서울)
2018.12 양양도도(陽陽陶陶)전 (백악미술관2층, 서울)
2015.04 ‘다시 봄 노닐다’ 전 (갤러리 M, 서울)
2012.12 ‘은유와 상징 속에 노닐다Ⅱ’ 전 (갤러리 이즈, 서울)
2010.12 ‘은유와 상징 속에 노닐다Ⅰ’ 전 (갤러리 이즈, 서울)
2010.09 ACAF 한가람 미술관 (예술의전당, 서울)
2006.06 박승비 전 (공평아트센터, 서울)
2005.10 The 8th Beijing International Art Expo (China World Trade Center, Beijing)
단체전
2024.10 홍익 서화 회전 (갤러리H, 서울)
2024.10 한벽원 미술관 기획 초대전 ‘한국화, 길을 묻다’ 한국화 진흥회(한벽원 미술관, 서울)
2024.08 수원미술협회60주년 기념전(수원 시립 만석 전시관, 수원)
2024.07 호연지기 대작 전 (갤러리 라메르, 서울)
2024.03 옻칠, 예술로 피어나다 초대기획전 (하랑갤러리, 서울)
2023. 홍익 서화 회전 (갤러리H, 서울)
2020~2023, 호연지기 한국화대작전 (예술의 전당, 갤러리 라메르, 서울)
2019~2022, 한국 전각협회전 (백악미술관, 인사아트프라자, 서울)
2015,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총 동문 전 (아라아트센터, 서울)
2012~2020, 겸수회 전 (백악미술관, 갤러리 우림, 서울)
2011,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총 동문 전 (호마 미술관, 서울)
2010, 갤러리 스카이 연 개관기념전 (갤러리 스카이 연, 서울)
2008, ‘가슴 속에 대나무를 품고’ 전 (모란갤러리, 서울)
2008, 미술과 비평 지 선정 대한민국 현대미술 1000인전 (단원미술관, 안산)
2008, 와 원 전 (홍익대 현대미술관, 서울)
2007, 필묵 전 SAME BOAT (경향갤러리, 서울)
2007, 와 원 전 (홍익대 현대미술관, 서울)
2004, 전국 누드 크로키전 (단원미술관, 안산)
2002~2005, 홍익 크로키전 (경인미술관, 토포하우스, 서울)
2003, 문인화정신의 기운 생동 전 (공평아트센터, 서울)
2002, 문인화정신의 부채바람전 (공평아트센터, 서울)
2001, 부채그림의 다양성전 (덕원미술관, 서울)
2001, 문인화정신의 새로운 향방 전 (공평아트센터, 서울)
수상경력
2018, 중국 산동 만인 루 당대 국제 전각 전 입상 (진 개기 만인 루 전시관, 중국 산동)
2015~ 2019, 한국 서예협회 서예대전 입선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
문화예술회관, 대구/한국미술관, 서울/광주비엔날레관, 광주)
2007, 홍재미술대전 우수상 (과천문화회관, 과천)
2006, 서예문화대전 특선 (예술의전당, 서울)
2006,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예술의전당, 서울)
2005, 서울미술대상전 입선 (서울 시립미술관, 서울)
2002,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예술의전당, 서울)
2001,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예술의전당, 서울)
동아미술제 특선(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동방예술연구회, 한국미술협회, 한국 전각협회, 홍익 서화 회, 한국화 진흥회, 호연지기 회원
수원시 장안구 창훈 로 57, 3층 소소 헌(素素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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